2008.10.06 11:02

내가 사랑하는 당신은


        
내가 사랑하는 당신은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도종환

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
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.
내가 사랑하는 당신은
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
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싶어.

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
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.
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
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
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.

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
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
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
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
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채

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
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
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.
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
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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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.04.28 02:29

아홉살, 한여름의..



사용자 삽입 이미지













땀이 뻘뻘나는 한 여름에 팬티한장, 나시한장 걸치고
할머니께 야단맞고 도망쳐나온 시골집 담벼락에
너하고 나하고 매미처럼 붙어

여름감기에 하얀 코를 훌쩍거리면서도
너와 나 얼굴 마주치면 샐쭉, 하고 떠오르던 한 낮의 반달.

눈감으면 꿈을 꾸는 그 곳은
깜깜한 밤하늘, 쏟아질 것 같이 빛나는 별무더기들의 캔버스.
동이트면 희뿌연 새벽이 밝아와 눈곱 낀 얼굴에 배를 긁고나오던
예쁘기만 한 우리 그때 그 기억.




PostScript.
어린시절 회상글(?)..ㅋㅋ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자주 혼났었다.
고것도 13일 차이나는 친척동생과 함께 나시에 팬티차림으로ㅋㅋㅋ
지금 생각하니 참 부끄럽다-_-;
스아실, 슴세살이나 먹고 이런 시같지도 않은 시를 쓴다는 사실이 삼만팔천배는 더 부끄럽다.

크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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